비엔나에 온 지 1주 차가 되었다.

지난달 14일에 퇴사를 하고 한국 생활을 정리하냐고 정말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작년 2월부터 근무했던 음악 회사에서 정말 팀원들과 고생이 많았는데 이렇게 유학 간다고 퇴사를 가장 먼저 하게 되어서 면목이 없었다. 그래도 같이 일했던 시간들이 돌이켜보면 참 감사한 일들로 가득했던 것 같다.

퇴사를 한 금요일 날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도원에 들어갔다. 사실 기도원은 군대 있을 때 다 같이 가보거나 중고등학교 때 수련회로 가본 것이 다인데 그냥 예배와 기도가 그리웠다고나 할까. 사실 기도를 많이 하지는 못했고 예배와 말씀을 많이 읽었던 시간이었다. 그 후에는 고향도 다녀오고 산 지 얼마 안 된 자동차도 헤이 딜러로 처음 판매해 보고 와이프랑 단둘이 시간도 보내보고 전셋집도 다 정리하고 은근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근무했던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보이밴드 최종 미션 공연도 스텝으로 함께 하면서 나의 한국에서의 모든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다. 영국도 장기간 떠났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떠날 때는 주변 사람들과 정리하면서 정말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걸 계속 참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동안 참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건지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7월 1일(월) 오전 대한항공 직항으로 비엔나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은 서머타임 때문에 11시 반 정도 되었던 것 같고 아침 비행기라 자고 싶었는데 잠이 안 와서 정말 영화 엄청 봤다. 전 직장동료가 듄 너무 재밌다고 했는데 1,2 기내에서 모두 다 봤다. 기내식은 해산물 특별식을 신청해서 일찍 먹고 생각보다 위에 부담이 좀 덜한 느낌이었다. 아이스커피도 마시고 싶었는데 얼음이랑 주셔서 간간이 커피도 마시면서 비엔나에 도착했다. 비엔나에 도착 전에 사실 유심카드를 이번에는 미리 사둬서 랜딩 하자마자 교체해서 한국에 연락하고 그 번호로 우버 타고 미리 신청해둔 한 달 기숙사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는 정말 아무 말 안 하고 도장 찍어줬다. 영국에서의 까다롭던 심사와 달리 유럽 대륙이라 그런 건지 오스트리아라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행히 숙소에 6시 전에 도착해서 키와 서류 등을 전달받고 씻고 바로 잠들었다. 내가 한 달 거주할 예정인 기숙사는 학교 기숙사는 아니고 사설 기숙사다. 호텔이나 Airbnb는 조금 부담이 되었고 또 급하게 방을 구하다 보니 많은 사설 기숙사가 아래밖에 없었다. 2구에 있는 프라터(Prater)라고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나왔던 비엔나 놀이동산 근처에 있는 숙소이고 내가 공부하게 될 학교 근처에 있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 한 1주일 정도 살고 있는데 뭐 괜찮다. 1층에 세탁실도 있고 다들 학생들이라서 조용하고 무엇보다 바로 옆에 프라터 공원이 크게 있어서 아침마다 운동하고 있는데 그 점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구글 후기에 보면 누가 막 밤에 소리 지른다고 해서 지금도 그러려나 했더니 바로 역 근처이고 놀이공원 근처라서 젊은 친구들이 많이 소리 지르고 그러긴 한다. 매번 그런 건 아니고 이번 주 목요일에 딱 한 번 경험해 보았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3일 이내 거주지 등록을 완료해야 하는데 입국 전에 아래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올 수 있다는 타 블로그에 말에 도착한 다음날 오후 1시 바로 거주지 등록 예약을 잡고 다녀왔다. 기숙사에서 신청 양식을 미리 뽑아줘서 나머지 내용 기입해 갔었는데 하단에 기숙사 도장이 없어서 다음날 다시 다녀왔다.

따로 예약할 필요는 없고 오전에는 여기 와서 거주지 등록 버튼 누르고 번호표 뽑고 기다리면 바로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안에 부착된 내용들을 보니깐 2구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후 시간대는 예약제로만 운영이 되었고(내가 1시 예약을 해서 가보았을 때 번호표 뽑는 기계 사용이 불가했다) 다음 날 아침에 가니 바로 번호표 뽑고 서류 제출하고 거주지 등록을 완료할 수 있었다. 같은 담당자에게 또 걸려서 좀 더 속도감 있게 처리해 주셨다. 기숙사 한 달 뒤 새로운 집을 구하면 위에 절차를 동일하게 해야 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고 서류도 현장에 비치되어 있어서 본인의 상황에 맡게 작성하면 된다. 작성 방법은 아래 블로그를 참고했고 여권 정보에 발행처는 한국이 아니라 여권에 기입되어 있는 외교부 정식 명칭을 써야 한다.

그렇게 거주지 등록 2일차, 3일차 오후에는 계속 방을 보러 다녔다. 내가 혼자 사는 거라면 대충 작고 저렴한 방을 구할 텐데 와이프랑 아기가 같이 오기 때문에 현지에 와서 동네 분위기와 유치원 등 다른 유학생들보다 챙겨야 할 점들이 많아서 도착하자마자 집을 보러 다녔다. 먼저 2일차에는 3구에 봐 둔 방이 있어서 동네 느낌을 보려고 다녀왔다. 집은 아래 현지 사이트에서 거의 찾고 있다.

www.immobilienscout24.at

3구에 St. Marx라는 지역을 처음으로 가봤는데 처음 트램에서 내렸을 때는 조금 동유럽 같은 느낌이 있어서 약간 좀 망설여지는 느낌이었고 처음 본 아래 38B 집은 직장인에게만 집을 제공하고 있어서 학생 신분으로 들어온 나는 해당이 안 된다는 중개인의 말을 듣고 빠르게 다음 집으로 향해보았다. 3구에서 본 두 번째 집은 진짜 너~무 좋았다. 약간 주상복합 아파트 느낌이고 바로 지하철역도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이미 예약이 되어서 어렵다는 답장을 받았다. 앞에 가 공사 중이라서 좀 시끄러웠는데 밑에 아시안 마트도 있고 태권도장도 있고 좋았는데 아쉬웠다. 동네 분위기도 살펴볼 겸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 유치원도 보았는데 낡은 느낌이지만 정감이 있고 좋았다.

그렇게 3구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9구로 향하는 길 마켓에 팔자 좋은 강아지도 만나고 너무 덥고 목이 말라서 처음으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보았다. 독일어 좀 연습해 보려고 기초 독일어로 주문하려고 하니 영어로 대답해 줘서 좀 머쓱했지만 잘 쉬다가 9구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9구 첫 집은 Seegaesse 역에서 내려서 바로 보이는 신축 건물(회색) 이었다. 3구에 비해서 너무 깨끗하고 거리 느낌이 좋았는데 집은 너무 신축이라 다른 세입자가 안 사는 것 같아서 먼저 입주하는 것이 조금 망설여졌다. 가격도 좀 나가는 편이라서 일단 9구의 다음 집을 보러 갔다. 두 번째 9구의 집은 9구의 거의 끝에 있는 곳에서 내려서 가야 했는데 9구 처음 집보다 조금 더 혼잡스럽고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해당 집 역시 빌라(슈퍼마켓)가 아래 있고 옆에 병원도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는데 바로 앞이 도로라서 좀 시끄럽긴 했다. 그렇게 9구까지 동네 분위기를 살펴보고 돌아오는 길에 유치원을 또 발견하고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어졌다.

진짜 월요일 도착해서 화요일 29,188보, 수요일 33,384보, 목요일 14,410보, 금요일 36,536보를 걷고 토요일 좀 쉬다가 오늘 또 24,669보 정도 걸었다. 아침 운동을 해서 일단 기본 만 보부터 시작은 하는 것 같지만 정말 엄청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대중교통은 아무리 티켓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불시에 검문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아래 사이트 앱에서 31일 티켓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한 번을 검사 안 당하다가 프라터 역에서 목요일에 내릴 일이 있었는데 청소년 애들이 많이 내려서 그런지 같이 전체 검사 당했다. 앱에 있는 티켓 QR 등 보여주면 된다.

엄청 돌아다니고 아침 러닝을 해서 집에 오면 요렇게 파스 붙이고 골골 거리다가 또 방을 보러 나갔다. 이번에는 1구에 방들을 보러 다녔는데 중개인과 처음으로 만나서 방 내부까지 보고 왔다. 먼저 본 방은 슈테판 대성당 바로 근처에 있는 정말 관광지 한복판에 있는 방이었다. 생각보다 내부가 좁아서 아기랑 살 수 있겠냐는 물음에 일단 괜찮다고 했다. 학생 신분이라서 재정증명이 어려우니 아마 6개월 보증금을 준비하면 가능할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방은 좀 작고 너무 관광지 거리에 있어서 약간 명동에 사는 느낌이다. 두 번째 집은 너무 아름다운 공원 앞에 있는 집이었다. 생각보다 크기가 좀 작았고 거실 외에는 빛이 좀 잘 안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방의 중개인은 직장인이 아니면 좀 힘들 다라면서 계속 부정적으로 이야기해서 그냥 잘 헤어졌다. 그리고 금요일에 본 마지막 집은 지금까지 본 집 중에서는 가격도 그렇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다만 햇빛이 좀 아쉬웠고 세탁기가 기본 사이즈보다는 조금 더 작은 사이즈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도 걸렸다. 1구치고는 조용한 거리에 있었고 근처 공원도 있고 주변에 로컬 카페, 식당, 상점들이 많아서 좋았다.

그리고 1구 집을 보러 가기 전 오전에는 Bank Austria에 들려서 은행 계좌를 만들려고 했다. 거주지 등록을 했다면 모든 서류가 준비되었을 것 같아서 일단 무작정 근처 은행 들어가서 Account 개설 번호표 뽑고 상담을 받았다. 결론은 내가 Ordinary 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한데 그 서류가 있으면 계좌 개설 및 유지 비용이 무료라서 그걸 갖고 만들면 좋겠다고 했고 다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예약을 잡고 나왔다.

오후에는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EIS가 아이스라는 뜻인데 너무 덥고 힘들어서 하나 사 먹어 보았다. 두 가지 맛 조합인데 색이 비슷해서 하나처럼 보인다.

너무 맛있었다. 뭔가 유럽스러운 맛이랄까.

밥은 뭐 현지 느낌으로 잘 챙겨 먹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그렇게 찾았던 Le Roulé 치즈도 발견하고 바로 구매해서 먹어보고 MIX 요거트도 먹고 마너도 한 번 사서 먹어보고 냉동 라자냐도 먹고 이것저것 잘 먹고 있다.

정말 많은 일들을 한 것 같지만 사실 뭐 별거는 없다. 거주지 등록하고 방 보러 다닌 정도라. 이제 내일이면 빈 대학교 독일어 기초 어학만 과정이 시작이다. 내일은 오후에 오리엔테이션이고 화요일부터 실제 수업이 시작이다. 아직 시원스쿨도 이번 주까지 인강이 남아서 내일부터는 열심히 오전에 독일어 공부하고 오후에 또 방 보러 다니고 저녁에는 개인 일들 해야겠다. 한국은 계속 비가 오는 것 같은데 비엔나는 오늘 좀 저녁에 비가 살짝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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